백일글짓기

47강귀찮은일.48강아팠던기억.49강 기억나는 여름날

와인세대(맹언니) 2015. 7. 30. 20:57

49강 기억나는 여름날

어릴 때 여름밤 엔 마당에 평상 이 있었다.

평상은 매우 편리한 이동식 거실 같아서 낮에는 대문칸 시원한 바람받에서

밤이면 마당 한가운데서 식구들에게 시원한 쉴곳을 제공했다.

밤 평상의 앞쪽에는 항상 모깃불이 짙은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컴컴한 밤이면 반짝이는 별빛아래 모깃불 연기로 콜록이며

옥쪼시(옥수수)도 쪄먹고 옥수수 대도 먹었다

식구가 많아 옥수수를 한솥 가득 쪄도 부족했다.

그래서 한사람에 두 개 아님 세 개씩 분배 해 줬다.

난 언제나 “이따먹을거야” 라며 감춰두고 엄마 옆에 앉았다가

엄마 몫에서 얻어먹곤 했다

그때마다 언니의 눈흘김을 받았고 언니는 엄마의 눈흘김을 받았다.

옥수수 대는 가지런히 추려서 헛간 한쪽에 뒀다가

밤이면 평상에서 껍질은 입으로 벗겨내고 속을 꼭꼭 씹어서

단물을 먹곤했다.

뒷마당엔 방학때 서울서 내려올 셋째 오빠를

위해 단쪼시 (단수수)대를 길렀다.

단수수대는 오로지 대만 먹는 사탕수수 같은 식물이다.

옥수수 대에 비해 귀족에속해서 셋째오빠가 내려 와야만 먹을수있었다.

 

어느날 밤 중학생이던 언니가 별보며 자겠다며 혼자 평상에서 잠들었다.

이상한 숨소리에 눈을떴다가 얼굴 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는 시커먼 동물의

얼굴과 마주쳐 비명을 지르며 방으로 뛰여들어와

한밤중 집안이 발컥 뒤집혔었다.송아지만한 옆집 송아지였다.

“집안에서 한밤중에 큰소리가 나는 것이 불길한

징조라는데“ 하시며 엄마가 걱정하셨다.

그러나 한밤중 난리는 그것으로 그치지 않아서

자다가 문간채 화장실 가는 언니를보고 고장(막내) 오빠가 마루밑에 숨어있다

올라가는 다리를 위 부터 스르르 잡아당겨 또한번의 집안에 난리가,

한밤중 언니가 비몽사몽간에 마당에 쌓아둔 퇴비더미에 볼일 보다가

갑자기 송아지만한 개가 얼굴을 드리대며 킁킁대서 또 한번의 큰 소동이,

호랑이 같은 동물이 아랫방 부엌으로 들어온 것 같다고

서울서 내려온 오빠가 누에섶 작대기로 부엌문에 구멍내서

푹푹 찔러대며 나가라고 소리 질렀던 일,

(길르던 개가 쥐약먹고 부대껴서 드나들었다가 아침에 아랫방 부엌에서 시체로 발견)

또다른 언니가 화장실서 볼일보다 낌새가 이상해 위를 쳐다봤다

서까래 에 칭칭 감긴 커다란 구렁이를 발견하고 혼비백산

집안을 뒤집어 놨던 일등,

결코 무시못할 불길한 징조인 ‘집안에서의 한밤중 혹은 대낮의

집안 뒤집힐 일들이 일어났더랬었다.

그래서였을까 언제부터인지 논밭이 하나씩 남의손에 넘어가게

됐고 점점 살림살이 는 궁핍해 졌었다.

 

48강 아팠던 기억.

작년 가을 어느날 갑자기 구토가 나더니

먹은것의 열배이상을 토해냈다

나중엔 창자까지 딸려 나올것 같았다.

어질어질 멀미가 나면서 앉아있기도 누워 있기는

서있기도 힘들었다.

이러다 죽을수도 있겠다 싶었다.

병원에갔다.

의사에게  자수할 수밖에 없었다.

“선생님 엊그제 남편이 처방받아간 근육 이완제는

사실은 제 약 였습니다.

드럼치는데 팔 안쪽 근육이 아파 마침 남편이

혈압약 처방받으러 간다기에 남편이 아프다고 하고 

처방받아 오라 해서 제가 먹었어요“

그러나

‘선생님이 제 남편 의 멀쩡하고 약한사람 다리통만한 팔을 이리저리 만저 보시고

“여기요?여기요?”하실때 웃음 나왔으나 참았데요‘

이말은 차마 못했다.

 

47강 나의 귀찮니즘. 

나에게 귀찮은 일중  첫째는

정장입고 구두신고 젊잖은 장소에 가는 것이다.

원래가 촐랑대는 성격에다 멋내기 또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내가 멋을 내면 멋은 나지않고 멋낸 티만 좔좔 난다.

태생적 여건도 있지만  젊어서부터 운동복에 익숙해서

 정장을 입으면 무겁고    구속 받는 느낌이 든다 

  또한 반짝이는 구릿빚 피부는 울툭불툭 생김새와 어울려

딱 여장 남자 같아 보인다.

특히 여름철엔 폼나게 옷입고 폼나게

행동해야 하는게 나에겐 거의 형벌이다.

그래서 나는 결혼식이나 장례식에 가는걸 제일 귀찮아 한다.


아! 나도 나이에 맞고 평범하게 낮은 구두에 긴바지 아님 치마를

입었음 좋겠다. 그러나 생각만으로도 무겁다.

다행이 요즘은 칼라풀 한 운동화들이 유행해서 각각 다른

디자인, 다른 칼라의 운동화를 

세켤레나 사서  번갈아 가며 나름 멋내며 신고 다닌다.

(그러나 아무도 눈치체는이는 없다,운동화가 세켤레나 된다는걸)

 

딱한번 멋이 제대로 난것처럼 생각된적도 있었다.

지금은 두딸 의 아버지가 된 아들이 유치원 다닐 때 인데

애들 백일반지 돌반지 기타 금부치를

몽땅 팔아 명동에서 코트랑 부츠를 사입고 폼나게

유치원 졸업식에 갔었던 기억이 난다.

그땐 거울보며 멋스럽다고 생각, 외출이 즐거웠었다

계속 팔아먹을 금부치가 있었다면 멋내며 계속 살았겠지만.

멋내기는 그때한번으로 마감했다.

 

또 다른 귀찮은 일로는 자전거 펑크 때우기 바람넣기

정비하기, 마늘까기 파다듬기 빨래 개기 등등 시간 많이 걸리는것들 이다.

대신 남편이  도맡아 한다.특히 남편의 빨래 개기는 압권이다.

큰손으로  좍좍 늘궜다 접어 탁탁탁! 몇번하면 다림질이필요없다.

나는 그런식의 업무배당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자칭 지적인 사람은 지적인 일에,TV 앞에서 멍때리는 사람은 

멍때리며 할수 있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기..ㅎㅎ